8체질의학을 8상의학이라 부르는 사람이 많으나 8상(8象)이란 있을 수 없는 단어이다. 동양에서는 우주의 시원이 되는 하나의 태극(太極)이 있고 그것이 정반대되는 두 성품의 음양(陰陽)으로 나뉘어 거기에서 일월성진(日月星辰)이라는 사상(四象)이 생겨나고, 그 위에 다섯 가지 원소 오행(五行)으로 된 만물이 여덟가지 개성(八卦)으로 구성되어 존재한다는 우주론이 있다.
다시 말해서 1-태극, 2-음양, 4-사상, 5-오행, 8-팔괘의 수개념적인 고정단어가 성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정된 수를 벗어나 4행(四行)이나 6행(六行), 또는 5상(五象)이나 8상(八象) 등의 단어가 있을 수 없고 또 있어서도 안되는 것이다.
8체질의학을 8상의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떠냐고 할지 모르나 만약 그렇다면 4상의학도 당시 체질이 다섯이었다면 5상이 아닌 5행의학으로 불리웠을지 모를 일이다. 상(象)은 체질의 뜻이 전무한 글자이므로 8체질의학을 8상의학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며 시대에 걸맞지도 않다. 그러므로 체질은 8과 불과분의 관계임을 강조하는 8체질의학으로 불러야 하는 것이다.
인간의 8개성이 8체질
체질은 혈통이나 인종의 구분이 아니며, 형태나 인지(人智)의 구분도 아닌 개성의 구분이다. 개성이란 같은 종(種)에서 구별되게 나타나는 본성적 구분을 말한다. 계절(季節)에서 봄은 다른 계절과 구별되는 춘분(春分)이라는 개성이 있으나 거기에서 조금 지나면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 입하(立夏)라는 개성이 있고, 또 거기에서 조금 더 가면 완전히 여름인 하지(夏至)라는 개성이 있으며 다시 거기를 지나면 여름도 가을도 아닌 입추(立秋)라는 개성이 나타난다. 이런 식으로 추분(秋分), 입동(立冬), 동지(冬至), 입춘(立春) 등 8개의 서로 다른 계절의 개성이 있다.
춘분과 추분은 춥지도 덥지도 않다는 점에서 같은 것 같지만 춘분은 더위를 향해 가는 길이고 추분은 추위를 향하여 가는 정 반대의 길로, 춘분에서는 초목이 무성하려고 하고 추분에서는 초목이 쇠퇴하려고 한다. 이렇게 계절의 개성들은 분명한 특성을 지닌 7도 아니고 9도 아닌 8개성인 것이다. 이와 같이 방위의 개성도 4방(四方)과 4우(四隅)의 8개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개성 또한 8인데, 정신적인 것만도 아니고 육체적인 것만도 아닌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8개성을 인간의 8체질이라고 한다. 문명인도, 야만인도, 백인도, 흑인도, 황인도, 남자도, 여자도 다 같이 8체질로 나뉜다. 과거에도 그러하였고 현재에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체질은 8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그것이 다른 숫자로 바뀔 수 없다. 그 이유는 인간의 내장 기능의 강약 배열이 8개 구조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내장은 심장, 폐장, 췌장, 간장, 신장의 5장(五臟)과 위, 대장, 소장, 담낭, 방광 등 5부(五腑)로 되어 있으나 그 기능의 강약이 서로 다른데, 그것들의 강약 배열이 서로 다른 8개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인간은 누구나 그 8개 내장 구조 중의 하나로 되어 있는데 그것이 바로 8체질로 구분되는 원인인 것이다. 그러므로 9번째 구조는 있을 수 없으며 7개 구조만을 취한다 해도 남는 하나의 구조 때문에 모든 것에서 기어가 맞지 않아 체질이 있어야 할 의미를 상실한다. 그것은 마치 동쪽의 반대는 서쪽이고 남쪽의 반대는 북쪽이며, 동북의 반대는 남서이고 동남의 반대는 서북이라는 8개성이 있는데 그 중 한 방위를 빼버린 7방위만으로는 방위로서의 아구가 맞지 않는 것과 같다.
아구가 맞지 않는 체질론은 그 이론에서 어긋나고, 실제 치료에서도 기어가 어긋나 맞지 않는 비실용적인 것이 되고 만다. 비실용체질론은 의미를 상실한 불필요론이 되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오랜 역사의 의학 목록에서 체질론이 빠져버리게 된 이유일 것이다.
8체질론은 인간생명의 본연론
8체질론은 인간생명의 본연론이며 거기에서 생명의 참뜻을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마침내는 체질이라고 하면 8을 연상하고, 8이라고 하면 체질을 생각하는 때가 올 것이지만 현 단계에서는 8과 체질을 합한 ‘8체질’이 체질의학의 잡다한 미로에서 바른 길로 인도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가장 오래된 동양의서 내경(內經)에 25태인론(25態人論)이 있다. 그 뜻은 금, 목, 수, 화, 토 5행이 각각 다섯 개씩으로 분화된 25체질이 있다는 가설인데, 옛 사람은 5행이 변한 25행인이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5행 외에 어떠한 숫자의 행(行)도 있을 수 없고 또 만들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25태인도 가설에 지나지 않지만 단어의 사용은 정확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장구조에 따른 8체질 분류
끝으로 간략하게 8체질을 소개하면 목양체질(Hepatotonia-肝性體質)의 ‘목양’(木陽)은 간이 제일 강하다는 뜻으로 10개 내장 가운데 간장에 합세하는 장기들이 더 많아 체내에서 간의 영향력이 지배적인 체질이며, 목음체질(Cholecystotonia-膽性體質)의 ‘목음’(木陰)은 담(膽)이 제일 강하다는 뜻이나 강한 장기인 담보다 제일 약한 장기인 대장에 동정하는 장기들이 많으므로 마침내는 대장의 영향이 커지는 체질이다.
토양체질(Pancreotonia-膵性體質)의 ‘토양’(土陽)은 췌장이 제일 강하다는 뜻이나 반대로 제일 약한 장기인 신장이 많은 장기들의 동정을 얻어 영향이 커지는 체질이며, 토음체질(Gastrotonia-胃性體質)의 ‘토음’(土陰)은 위가 제일 강하다는 뜻으로 그것에 동조하는 세력도 커서 위의 지배력이 강한 체질이다.
금양체질(Pulmotonia-肺性體質)의 ‘금양’(金陽)은 폐가 제일 강하다는 뜻이나 제일 약한 장기인 간이 다른 장기들의 동정을 많이 받아 영향력이 커지는 체질이며, 금음체질(Colonotonia-大臟性體質)의 ‘금음’(金陰)은 대장이 제일 강하다는 뜻으로 동조자도 많고 영향력도 큰 체질이다.
수양체질(Renotonia-腎性體質)의 ‘수양’(水陽)은 신장이 제일 강하다는 뜻으로 동조자도 많고 그 영향력도 크며, 수음체질(Vesicotonia-膀胱性體質)의 ‘수음’(水陰)은 방광이 제일 강하다는 뜻이나 반대로 제일 약한 장기인 위가 많은 동조자를 얻어 그 영향을 많이 받는 체질이다.
이처럼 각각 다른 장기의 영향력들은 각각 다른 개성, 각각 다른 병리를 초래하며, 거기에 따라 각이한 섭생과 치료법이 뒤따르게 되는 것이 8체질의학의 특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