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취미도 식성도 가지가지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냉수욕과 냉수마찰이 좋아서 평생 그것을 즐기며 큰 효과를 보는가 하면, 반대로 온수욕이 좋아 온천과 사우나탕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예로부터 ‘약수’하면 산성물을 두고 하는 말로 그것이 위병과 피부병에 좋다고 하여 먼 데까지 찾아가 먹고 씻고 했었다. 그런데 요사이는 반대로 알카리성물이 몸에 유익하다고 전기분해하여 산성물은 버리고 알카리성물만 마시는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비교적 육식보다 채식으로 살아오던 동양인은 육식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에 비하여 체구가 왜소하니 동양인도 육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채식이 병에 안 걸리게 하고 병 고치는 데도 유리하다고 권장한다.
비타민도 처음 나왔을 때는 Vitamine이 뜻하는 대로 생명의 유기물질이라고 하여 얼마든지 취하여도 좋기만 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과잉증이 있는 사람도 있어 소량만 취하여도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근년에 부쩍 유행하는 복식호흡(단전호흡)도 고래로 전해오는 방법은 숨을 아랫배에 담아 오래 참고 있다가 내뱉는 것을 짧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로, 내뱉는 것을 길게 하고 들이 마시는 것을 짧게 해야 되는 사람도 있다.
몇 년 전, 고려대학 대강당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어 호흡법에 대하여 언급한 바 있었다. 그 후, 학생들이 찾아와 호흡훈련장에서 가르치는 대로 흡기를 길게 하고 호기를 짧게 하나 다른 사람들은 좋다는데 자기들은 너무 괴로워서 반대로 하였더니 편해졌다고 하면서 이유를 묻기에 해명해 준 일도 있다.
이 밖에도 포도당 문제, 항생제 문제, 아스피린 문제, 金 문제같이 어떤 사람에게는 특효약이 되고,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독소로 변하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왜 그런지 아직 학리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을 권장하는 사람도 우연한 체험에 의한 것일 뿐 이유도 모르고 자기가 좋으니 누구나 다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권장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남에게 돌이키기 어려울만큼 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 차라리 현대 영양학에서 주장하는 대로 골고루 균형식을 하는 편이 훨씬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른 이유
그렇다고 그 이유는 밝혀질 수 없는 것일까? 사람이 누구나 똑같다고 보는 이론으로는 이 이유를 밝힐 수 없지만, 사람에게 여덟 가지 체질이 있다고 보는 8체질론은 그것을 가려낼 수도 있고 또 그 이유를 해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체질적인 장기구조에 의하여 이 체질에 유익한 것이 저 체질에는 해가 되고, 저 체질에 유익한 것이 이 체질에는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8체질이란 심장, 폐장, 췌장, 간장, 신장, 소장, 대장, 위, 담낭, 방광 그리고 자율신경의 교감신경, 부교감신경의 12기관의 기능적인 강약배열의 8개구조를 말한다. 그러나 그 이상 9번째 장기구조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8체질은 완전히 독립된 8개의 개성으로 망상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혹자는 “8체질은 4상을 나눈 것이 아닌가 또는 8체질을 나누면 16체질이 될 수도 있지 않는가” 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런 생각이야말로 체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망상인 것이다.
더욱이 8체질을 감별하는 유일한 방법은 두 손목에 있는 요골동맥에서 집는 체질맥진법으로 전통맥진과 완전히 구별된다. 이것은 나면서부터 죽는 시간까지 변하지 않는 8개 맥상(8 Pulse Formations) 중의 하나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8체질의 서로 다른 장기구조의 생기활동 표현이 요골동맥에서만 발견되게 한 창조의 이치에 감탄할 뿐이다. 같은 맥상을 가지는 사람들은 천 명이고 만 명이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타나는 표현이 같고, 병리가 같고, 음식과 약물의 반응이 같고, 같은 치료법으로 같은 병이 치료되는 같은 체질이라는 것이다.
9번째 장기구조는 없지만 혹 9번째 체질 맥상이 있을까 하여 8맥상을 찾아낸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찾아보았으나 없었다. 인간 체질은 분명 여덟이며, 인간 만사가 여덟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사람은 자기 체질을 알아야 하며 그것은 체질 맥진에 의한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완전하나 맥진은 일정한 훈련을 쌓지 않고는 누구나 할 수 없다.
따라서 여기 각 체질의 특징을 대략적으로 적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체질을 짐작이라도 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 그렇게 하기로 했다.
- 목양체질(Hepatotonia)
풍채가 좋고 체구가 큰 사람이 많다. 눈사람처럼 어깨가 좁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굵어져서 허리가 가장 크다. 건강한 사람은 항상 땀이 귀찮도록 많으며 몸이 괴로울 때 땀을 흘리면 몸이 가벼워진다. 혈압이 높아야 건강하고 의욕도 왕성하다.
평소 말이 적고 숨이 짧아 노래가 잘 안되는 음치가 많다. 말을 많이 하는 때 가장 피곤하다. 왼쪽 발이 잘 삐고, 왼쪽으로 오는 병이 많다. 채소와 생선을 많이 먹거나 육식을 적게 하면 이유없이 피곤하고 눈이 아프며 발이 답답하다.
육식과 더운 목욕을 즐기면 살이 희고 채식과 생선을 즐기고 냉수욕을 자주하면 색이 어둡고 검어진다. - 목음체질(Cholecystotonia)
대변이 잦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그것이 건강과 크게 관계는 없다. 몸이 허약하여지면 항상 배꼽 주위가 불편하고 몸이 냉하며 다리가 무겁고 잠을 잘 못잔다.
감정이 약하여 조금만 섭섭한 말을 들어도 자극을 심하게 받는다. 성질은 급한 편이며 독하지 못하다. 오른쪽이 약하다. 채식과 생선을 즐기면 아랫배가 편할 날이 없다. - 토양체질(Pancreotonia)
성질이 급한 것이 특징이다. 보는 것을 먼저 말로 토해버린 다음에 생각한다. 한 자리에 오래 있는 것을 싫어하고 움직여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이 없으면 만든다. 주선력이 강하나 뒷처리가 흐리다. 소화력이 강한 식도락가이기도 하다. 시각이 발달하여 화가가 많다. 독신주의자 거의가 이 체질이다. 머리가 일찍 희여지는 사람이 많다. 혈압이 낮은 편이나 조금만 높아도 괴롭다. 왼쪽 병이 많고 백납은 거의 이 체질의 독점병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 토음체질(Gastrotonia)
몇 10만 중에 하나가 있는 드문 체질로 만나기가 쉽지 않다. 페니실린 쇼크를 받는 체질이 이 체질로 생각된다. 비교적 잔병이 없고 병원에 가기를 싫어한다. 오른쪽이 약하다. - 수양체질(Renotonia)
변비가 특징이다. 보통은 2일에 한 번 통변하나 3일, 5일, 7일 만에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크게 고통스럽지 않다. 건강하면 땀이 없고 약하면 땀이 난다. 봄부터 여름에 약하고 가을에서 겨울이 건강하다. 일사병으로 잘 넘어지는 아이가 이 체질이다. 어깨가 넓고 허리가 가늘며 엉덩이가 나와 몸매가 곱다. 성품이 세밀하고 조직적이며 의심이 많아 남의 말을 쉽게 믿지 않는다. 냉수마찰과 수영이 좋다. 운동신경이 발달하여 무슨 운동이든지 잘한다. 왼쪽에 고장이 많다. - 수음체질(Vesicotonia)
위무력과 위하수는 이 체질의 독점병이다. 음식은 놀랄 정도로 적게 먹어야 건강하고 보통량으로 먹는 것은 과식이 된다. 무슨 병이든지 위 불편이 소식을 알린다. 변이 항상 무르고 설사를 하면 힘이 빠진다. 모든 병이 오른쪽에서 시작된다. 보리와 돼지고기는 이 체질의 독이다. - 금양체질(Pulmotonia)
뒷머리 아랫부분이 윗부분보다 나왔다. 자기를 나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모방을 싫어하고 창의적인 것을 좋아한다. 육식을 하면 알레르기성 질환으로 변하여 편할 날이 없다. 아토피성 피부질환은 이 체질이 육식을 많이 했을 때 생기는 특유병이다. 금니가 이 체질에서는 독으로 변한다. 인공섬유를 입으면 유난히 전기가 일어난다. 모든 약이 효과가 없고 되려 해가 된다. 왼쪽에 병이 많다. - 금음체질(Colonotonia)
화를 잘 내고 크게 화를 내면 오른쪽이 무력해진다. 육식을 많이 하면 파킨슨병 같은 희귀병에 걸리고 대변이 항상 가늘고 불만스럽다. 모든 약이 효과가 없고 일광욕과 사우나탕도 좋지 않고 오히려 수영은 좋은 운동이 될 수 있다.
이상 8체질의 가장 특징이 될 만한 것들을 적어 보았으나 그것으로 분명한 자기 체질을 알아낼 수는 없다. 다만, 8개의 서로 다른 장기구조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